룻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왕이신 하나님을 잊고 인본주의와 혼합주의에 빠져 타락해가는 암울한 사사 시대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아름다운 신앙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모압 여인 룻은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기업 무를 자’인 보아스를 만나 결혼한다. ‘기업 무를 자’는 율법의 친족보호법(레 25장)에 따른 보호자를 지칭하며 가난한 친족이 판 기업, 즉 토지나 사람을 대신 값을 치르고 되찾아주고, 살해당한 친족을 대신해서 원수에게 복수를 하기도 하고, 또 룻기에서처럼 자식이 없는 과부와 그의 기업을 취하여 자식을 낳아 그 기업을 이어가게 해준다. 룻기에는 ‘기업 무르다’, ‘되찾다’, ‘구속하다’ 라는 뜻의 히브리어 ‘가알’이 20회 정도 나온다. ‘기업 무를 자’(히브리어 ‘고엘’)는 룻기의 주제어다.
룻이 낳은 아들 오벳은 다윗의 할아버지다. 백성의 타락의 원인을 왕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에 왕이 없다”는 말로 끝나는 사사기에 이어서 룻기에서 하나님께서 왕을 예비하신다. 그리고 사무엘서에서 드디어 왕정국가가 건립된다.
룻기를 복음적 시각에서 보면, 기업 무를 자인 보아스 곧 구속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방 여인인 룻 곧 교회를 사랑하셔서 값을 치르고 아내로 맞이하는 구속의 이야기이다. 성경은 전적으로 그분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개인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기록한 이유이다. 또한 우리가 모든 성경을 그분의 이야기, 즉 복음적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유다 베들레헴에 한 사람이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에 가서 거류하였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엘리멜렉이요 그의 아내의 이름은 나오미요......”(룻 1:1,2)
나오미의 남편은 엘리멜렉인데, 그 이름의 뜻은 ‘하나님이 왕이시다’이다. 하나님의 언약백성으로서의 언약신앙을 보여주는 이름으로서, 하나님의 왕되심을 거부한 당시의 시대 상황과 대조가 된다. 모압은 발락 왕이 발람 선지자를 통해 이스라엘을 저주하려 한 사건으로 인해 도리어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민족이다(신 23:3,4). 모압 민족은 죄로 인해 저주와 심판 아래 놓여있는 온 인류를 상징하며, 그 중에서 택함을 받아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온 룻은 구원받아 그리스도의 아내가 된 교회를 상징한다.
흉년 때문에 모압 지방에 가서 살던 나오미가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고 두 며느리에게 각기 자기 어머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자 며느리 오르바는 “그의 백성과 그의 신들에게로”(룻 1:15) 돌아간다. 그러나 또다른 며느리 룻은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룻 1:16) 라면서 시어머니를 쫓아서 베들레헴에 간다. 시어머니에 대한 룻의 애착과 사랑을 보여준다. 알곡과 쭉정이는 고난의 바람이 불 때 구별된다. 룻은 ‘하나님께 소망을 둔 참 과부’(딤전 5:5)이며, 오르바는 ‘그리스도를 배반하고 처음 믿음을 저버린 젊은 과부’(딤전 5:11,12)이다. 또한 룻은 데려감을 당한 여자이고 오르바는 버려둠을 당한 여자이다(눅 17:35).
베들레헴에 온 모압 여인 룻이 밭에서 이삭을 줍다가 “우연히”(룻 2:3) 보아스의 밭에 이른다. “마침”(룻 2:4) 보아스도 자기 밭에 왔다가 룻을 만나게 된다. 우리 인생에 우연은 없다. 우리가 기업 무를 자 곧 구속자이신 예수님을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며 성령의 인도하심이다. 보아스가 룻에게 호의를 베풀자 룻이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한다.
“나는 이방 여인이거늘 당신이 어찌하여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나를 돌보시나이까”(룻 2:10)
자신이 저주 받은 민족에 속한 여인이라는 죄의 고백이며, 은혜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다. 죄를 깊이 깨달을수록 은혜가 더하는 법이다.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네게 이행하리라”(룻 3:13)
기업 무를 것에 대한 보아스의 “맹세”, 이것이 은혜언약이며 곧 복음이다. 구속의 약속을 받은 룻이 이 사실을 시어머니에게 알리자 시어머니가 룻에게 말한다.
“내 딸아 이 사건이 어떻게 되는 것을 알기까지 가만히 앉아있으라 그 사람이 오늘날 이 일을 성취하기 전에는 쉬지 아니하리라”(개역, 룻 3:18)
한글성경을 개정하면서 “가만히”라는 말을 뺀 것은 아쉬운 점이다.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출 14:13)
“가만히”(still)라는 말은 믿음으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김으로써 아무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는 평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구원을 위해 룻이나 우리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구속자이신 그분의 약속을 믿고 그 영광의 날을 기다리면 된다. 이것이 은혜의 복음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범죄로 안식이 깨진 후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약속하신 구원의 성취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신다. 우리의 기업 무를 자이신 예수님도 그 날까지 쉬지 않고 일하신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 5:17)
이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열심이며 곧 사랑이다. 우리는 이미 그분의 언약 안에서 구원을 받았고, 그분의 신부가 되었다.
보아스보다 먼저 기업 무를 책임이 있는 자가 손해를 볼까봐 기업 무를 것을 포기하자 보아스가 나오미의 모든 토지를 사고, 또 룻을 사서 아내로 맞이한다. 기업 무르는 일, 즉 구속에는 이처럼 손해와 희생이 따른다. 친족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행할 수 없는 일이다. 희생적인 사랑! 이것이 구속이 단순한 구원과 다른 점이다. 성경에서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에 기초한 구속을 의미한다. 구속자이신 예수님께서 모압 여인과 같은 저주 받은 죄인인 우리를 사랑하셔서 자기 피로 값을 치르고 우리를 사서 아내로 삼아 주셨다. 우리는 일만 달란트의 빚을 진 자이며 갚을 수 없는 사랑의 빚을 진 자이다. 보아스와 결혼한 룻이 아들을 낳아 그의 이름을 오벳이라 하였는데, 그가 다윗의 할아버지다.
“베레스의 계보는 이러하니라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았고 람은 암미나답을 낳았고 암미나답은 나손을 낳았고 나손은 살몬을 낳았고 살몬은 보아스를 낳았고 보아스는 오벳을 낳았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을 낳았더라”(룻 4:18-22)
베레스의 계보는 메시아 왕의 계보이다.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은 아담의 계보를 통해 10대손 노아를 준비하셨고, 노아의 아들인 셈의 계보를 통해 10대손 아브라함을 준비하셨으며, 이제 보아스의 아들인 베레스의 계보를 통해 10대손 다윗을 준비하신다. 대략 인류의 조상인 아담에서 노아까지 천 년이고, 인류의 새 조상인 노아에서 아브라함까지 천 년이며,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에서 다윗까지 천 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인 다윗부터 예수 그리스도까지가 또 천 년이다. 하나님은 천 년마다 언약을 갱신하신다. 이 얼마나 치밀한 하나님의 계획이고 놀라운 하나님의 지혜인가!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이방 여인 룻을 통해 왕을 예비하시고, 이어서 사무엘을 통해 왕정국가 건립을 준비하신다.
룻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희생적 사랑과 구속의 은혜이다. 이것이 룻기를 비롯한 모든 성경의 핵심 메시지이며, 곧 복음이다. 한 여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기록한 것은 단지 그녀를 통해 이스라엘의 왕을 예비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기 위함보다는, 하나님의 계획인 구속이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모형적으로 미리 보여주기 위함이다. 기업 무를 자인 예수님께서 저주 받은 모압 여인과 같은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해 자기 목숨으로 대신 값을 치르셨다. 우리의 신랑 되신 예수님의 희생적 사랑과 구속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룻과 같은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마음 곧 믿음과 사랑이다. 룻은 일찍이 남편이 죽어 과부로서 기업 무를 자인 보아스를 새 신랑으로 맞이하기까지 외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룻은 시어머니와 그의 하나님을 배반하지 않고 끝까지 마음을 다해 섬겼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죽었고 세상은 또한 우리에 대해 죽었다. 우리는 세상과 결별한 참 과부로서 새 신랑 되시는 예수님을 만날 날을 소망하며 끝까지 순결한 믿음을 지켜야 한다.
“참 과부로서 외로운 자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 주야로 항상 간구와 기도를 하거니와 향락을 좋아하는 자는 살았으나 죽었느니라”(딤전 5:5,6)
세상의 향락과 결별한 참 과부의 삶은 항상 외롭다. 만약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직도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참 과부의 소망은 오직 신랑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그분의 말씀은 큰 위로와 기쁨이 된다(룻 2:13). 그분이 주시는 평안은 세상에서 얻을 수 없는 참된 평안이다. 참 과부인 룻처럼 처음 믿음을 끝까지 지키고, 신랑 되신 예수님과 혼인 잔치를 하는 그 영광의 날을 소망하며, 더욱 그분을 사랑하자. 인생길 끝에 서계신 그분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칭찬하실 것이다.
“네가 베푼 인애가 처음보다 나중이 더하도다”(룻 3:10)
